우리 춤 출까요?
This is a review of the <Next Door> exhibition.


정희영 큐레이터


  이희경 작가는 대전에서 입주작가로 지내면서 아시아 이주민을 만나, 2020년에 개최한 두 차례의 개인전에서 자신이 만난 이주민의 모습을 그림이나 영상 속에 담는다. 그렇게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바쳐진 전시 《깊고 고른 양질의 숨》(2020)이 앞서 열렸다. 아시아 이주민을 대전에서 다루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 이유를 묻는 필자에게 이희경은 차분히 말한다. “전세와 월세집을 구하며 변방부로 점차 밀려날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은 제게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어요. 저는 제 주변을 작업할 뿐인걸요.”
   우리에게 있어 아시아 이주민은 그저 이웃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정부와 언론이 이주민을 한국인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자들로 바라볼 뿐이라는 것. 두 사실을 환기하는 작가이기에 반갑다. 이러한 사실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작업으로 시대가 변화했음에도 한국사회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한국인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선입견을 벗겨내려는 시도는 왜 언제나 무력하게 좌절되는지, 혹은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지, 끈질기게 되묻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같은 해, 대전이 아닌 서울에서 다시 한 번 개인전을 열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쇼앤텔에서 열린 개인전 제목 《Next Door》는 끊임없이 다음 문을 열고 아시아 이주민에게 다가가는 작가의 모습과 관객들에게 당신의 옆문을 열어보라는 작가의 제안을 은유한다.
   전시장은 이주민들의 고향 문화나 추억이 모여들어 다정스럽다. 메인 영상 제목은 네팔의 아리랑이라 불리는 <바람에 휘날리는 비단처럼>(2020)이다. 들려오는 노랫가락에선 이주민과 교감하고 연대하며 나아가려는 작가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주민들로 북적이는 네팔식당에 민요가 울려 퍼지고 아시아 이주민들은 식탁을 옆으로 밀어두고선 신명나게 춤을 춘다. 작가는 춤을 추는 사람들과 한국의 바람을 맞으며 펄럭이는 네팔 이주민 쉼터의 깃발을 각각 왼편과 오른편에 나란히 병치시켜서, 공존은 대단한 상황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바람결에 휘날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는 것임을 슬며시 전해준다.
   이희경이 린의 베트남식당, 후삼을 만난 인도네시아식당에 들러 이주민들과 밥을 먹고 춤을 추며 시간을 나눌수록, 작가의 작업엔 이주민의 평범한 일상이 자리잡는다. 다양한 자세로 춤을 추는 이주민 여성을 캔버스천 위에 콩테로 포착하거나(<춤추는 사람들>, 2020), 이집트인 친구 후삼의 다채로운 표정을 여러 장의 PVC필름에 마커로 드로잉한 후에 포개어 놓는다(<후삼, 온리스마일>, 2020). 콩테, 마커, 색연필, 수채, 파스텔 등 작가는 가장 소박한 그림도구를 사용하여 애정을 듬뿍 담아 이주민의 다양한 얼굴, 표정, 몸짓을 화폭에 담는다. 작가는 “이들의 얼굴에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주민노동자의 모습이 어디에 있는가?”와 같은 낡은 질문을 꾸준히 던져왔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이유는 근과거로부터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한국을 염두에 둔 문장이리라.
   이희경 작가가 본래 <후삼, 온리스마일> 드로잉을 할 때에는 무슬림의 다양한 표정을 담으려 계획했다. 그러나, 후삼은 단호히 말한다. “노새드, 노앵그리, 온리스마일” 이는 이집트 이주민이자 무슬림인 후삼이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말이자, 지난날 선입견으로 인해 한국에서 겪은 괴로운 심경을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이주민들을 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의 환대를 강요하는 사회. 한국사회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어야만 하는 사람들, 작가는 후삼의 성난 표정을 그리지 않는 대신 짧은 텍스트 영상을 하나 제작한다. 후삼이 말한 문장을 나열한 <노새드, 노앵그리, 온리스마일>(2020) 작품 곁에 환하게 웃고 있는 <후삼, 온리스마일> 드로잉은 후삼이 경험한 한국사회를 노골적으로 환기한다.
   전시장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심지어 영상의 앞에 턱하고 놓인 조각으로 인해 전시장의 분위기는 변화한다. 위태롭게 서 있는 조각들, 흔들리는 형체의 불안한 조각들이 다른 작품과 겹치고 포개진 채, 눈에 들어온다. <건너가는 사람들>(2020) 작업은 따뜻하게 반짝이지 않는다. 삐쭉삐쭉 튀어나온 케이블 타이, 여러 레이어를 만들어낸 뒤엉킨 하얀 실들과 흘러내리는 검은 레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기괴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주민 노동자들을 향한 시선, 선입견 가득한 그 시선을 향한 혐오와 분노가 여러 겹으로 중첩되어 있는 조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 옆집을 살아가는, 건너가는 존재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감지한 조각에선 작가의 불만과 격화된 심경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곳은 다양한 감각이 모여드는 곳이고, 작가가 아시아 이주민들과의 만남 속에서 인식을 확장하고 이를 유포하려는 장소이다. 다시 말해, 개인전 《Next Door》는 외국인노동자를 향한 잔인한 시선을 폭로하는 동시에 아시아 이주민의 삶 속에 나타나는 여흥과 이를 지켜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공존하는 곳이다. 날카로운 감각과 낭만적인 감성을 한 전시장에서 마주할수록 관객은 단정하기 어려운 시선을 아시아 이주민들에게 품게 된다.
   이희경은 과거 퇴거를 앞두고 있는 노량진 시장, 재개발을 시작한 소제동 등 거리의 노숙자부터 재개발지역 철거민까지 변방으로 밀려나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업해왔다. 당연히 권리가 보장받지 못한 아시아 이주민을 에워싼 분위기는 이희경의 발길을 끝내 붙잡았을 것이다. 노동자도 아시아 이주민도 이희경에겐 자신과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므로. 작가는 이주민이라는 한국인과 분리된 독특한 정체성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변방으로 밀려하는 자신의 삶과 쉽게 연결 짓는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텅 빈 자리에 아시아 이주민이 터를 잡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이방인 그 누구도 자본의 논리로부터 예외일 순 없기에 이희경은 그렇게 조각난 인권을 붙잡고 살아가는 필리피노 식당 카린데리아의 메리젠 사장님, 대전역 인근에서 네팔식당을 운영하는 먼주구릉 사장님 등 아시아 이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는 네팔의 민요 <바람에 휘날리는 비단처럼> 노랫말이 붙어있다. 이 잔잔한 민요가사에는 연인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과 너머의 산봉우리에 살고 있는 연인에게 가고픈 마음이 담겨 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비단처럼 내 마음 펄럭이네/ 날아가는 것이 좋을지 언덕위에 앉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 사랑하는 연인일지라도 서로 다른 공기에 발을 드리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이희경을 통해 알았다. 너머의 산봉우리는 멀리 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 문을 열면 아주 가까운 자리에 그들이 있다. 사람들이 머뭇거리며 문 앞에 서성거릴 때, 문을 보지 않고 지나칠 때, 작가는 옆문을 확 열어제끼며 우리가 그들과 함께 깊고 고른 양질의 숨을 내쉴 수 있단 사실을 각인시킨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아직도 문을 굳게 잠그고 있을 것이며, 우리는 또 다시 그들을 밖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궁리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지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문을 열고 있는 이 순간만이라도 이 환한 햇살을, 바람에 휘날리는 비단처럼 이들이 덩실이며 추는 춤사위를 만끽하자.
2020, 12



Shall we dance?

Curator | Hee-young Jung

 Hee-kyung Lee had been meeting Asian immigrants as a residential artist in Daejeon, and shown them through paintings and film in her solo exhibitions twice in 2020. The first solo show was at Artist Residency TEMI dedicated to immigrant workers <Breath in Deeply>(2020). It was an interesting topic, specifically in Daejeon, and the artist says, “When I gradually lost my residence in the main areas of the city (I moved my home because of the rent), immigrant workers were nearby. So I am just talking about my surroundings.”

 Asian immigrants are also our neighbors although the government and press look on them as intruders who attempt to cross into Korean territory. I am glad that the artist publicizes this fact. This is not because it is an unique point of view. This is because the artist persistently asks questions if basic human rights - freedom and equality - are only applied to Koreans in our society even though times have changed and whether an attempt to break prejudice has been always powerlessly frustrated or if in reality this cannot be achieved. The artist opened the second solo show in Seoul with those questions as her concern. <Next Door>(2020) in Show and Tell represented how the artist endlessly opened the next door to approach toward Asian immigrants, and the artist’s suggestion to the audience to open their own next door.
 The exhibition space is friendly, surrounded with the immigrants’ home cultures and memories. The title of the main film is ‘Like Silk In Wind: Resham Firiri’ (2020), borrowed from the Nepali lyrical folk song. From the sound of the rhymes, the artist shows how she attempts to commune and find solidarity. There are Asian immigrants gathered and happily dancing to their folk songs by moving the tables into the corners in their Nepali restaurants. The artist places dancing people and the waving flag of the Nepali immigrant shelter together on the left and right in order to imply that coexistence does not have to be a great reach but that giving warm eyes to others spending days similarly to us so that they can be comfortable in the wind.
 As the artist has visited Lin’s Vietnam restaurant and eaten food together with Hossam while stopping by an Indonesian restaurant, the daily life of immigrants melts into her work. ‘Dancing people’ (2020) captures with conte on canvas some freely dancing female immigrants. ‘Hossam, Only Smile’ (2020) layers diverse facial expressions of Hossam with marker drawings on PVC films. Simple tools such as conte, markers, colored pencils, water colors, and pastels are used with her affection to express diverse images of immigrants in her work. The artist continuously asks the old question: what are we afraid of in the face of immigrant workers? This is because the artist sees that Korea has not stepped forwards from the recent past.
 When working on ‘Hossam, Only Smile’, the artist actually planned just to capture diverse expressions of a Muslim. However, Hossam absolutely refused and said to capture “not sad, not angry, only smiling.” An Egyptian immigrant, he lives in Korea to survive and be a Muslim. What he said was based on his past distressing experience with prejudice in Korea. Society in Korea does not welcome immigrants but declares to have a welcoming feeling. There is duplicity in the attitude of Korean society. Immigrants are expected to smile in any situation. The artist decided not to capture Hossam’s angry face but created a short text film. ‘Hossam, Only Smile’ (2020) and the drawing of a smiling Hossam next to this film, No Sad, No Angry, Only Smile (2020), frankly expresses the present state of Korean society.
 The sculptures at every corner of the exhibition space - and even in front of the film - change the mood of the space. Their stand is risky and anxiously shaking while being layered and piled up with other works. ‘Crossing People’ (2020) does not sparkle warmly. Cable ties jaggedly push out white thread is tangled in several layers and black resin is melted, bringing a feeling of mystery. In other words, the hatred and anger towards the preconceived viewpoint about immigrant workers are piled in layers. Through those sculptures the artist attempts to show her discontent and intensified feeling on the harsh point of view towards our neighbors.
 Diverse senses are gathered in the exhibition while the artist extends the notion and shares her understanding through her meeting Asian immigrants. The solo exhibition <Next Door> reveals the cruel point of view about foreign workers in Korea and at the same time shows the artist’s warm view toward Asian immigrants who also have a life with joy. As there are aggressive and romantic feelings within a single exhibition, the audience also do not have a definitive viewpoint about Asian immigrants.
 In the past, Hee-kyung Lee talked about homeless people on the street of New Noryangjin Market(신노량진시장 since 1971) just before their eviction, and about the redevelopment area such as Soje-dong, and people ousted from their main living space. The situation around Asian immigrants who do not get any guarantee of basic rights should bind the artist’s feet. Both workers and Asian immigrants are around her. The identity of the immigrants forms a consensus with the artist who also had to move to its outside due to society’s gentrification. Asian immigrants settle down in an empty space that people have left. In fact both Koreans and foreigners cannot avoid the logic of economics. Thus, the artist carefully listens to the story of Maryjen, the owner of the Filipino restaurant, who barely hangs on to a bit of human rights, and Munju gureung, the owner of a Nepali restaurant nearby Daejeon station.
 There is the lyric of ‘Like Silk In Wind : Resham Firiri’ on the wall of the entrance into the exhibition. On this subtle lyric of the folk song there is both a song of joy dedicated to a lover and the heart missing a lover living on top of a mountain. The song starts like this: “my mind flutters like silk in wind / not sure if flying or sitting on a hill is better.” Courage is required to step into different air, even for lovers. However, we now understand that the top of the mountain is not far away. We just need to turn our head to open a door and they are there. While people hesitate nearby a door or pass it by without looking carefully, the artist opens a door widely and helps people realize that we can have deep even-quality breath with others. We already know. Some people still firmly close their door, and we are here to attempt to open their door and drag them out. Our task require us to not become exhausted. Therefore, for this moment when a door is opened we should enjoy the bright sun like silk in the wind and find joy in our dancing.

12, 2020
Back to Top